040722 (04:13) MORE > 거의 1년 전에 이게 뭐라고 마무리하지 못 하고 끝낸 일기 하나를 올려요~ 이제와서 뒤를 잇는 것도 의미 없고 정말 중간에서 끊깁니다^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1년 6월 20일 자우림 공연을 다녀왔어요~ https://youtu.be/eciih6MmZk4 이걸 들으며 후기를 남겨봅니다... 앵콜 마지막 곡이었어요. 화면에 무대가 흑백으로 띄워지고, 건반과 드럼(...) 없이 오래된 친구들 셋이 옹기종기 모여 단촐하다면 단촐하게 연주하는데 꼭 '죽어서 천국에 와 듣는 것 같다' 고 생각했어요. 제겐 천국에서 악기 하나가 흐른다면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베이스일 것이다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아 좋은 날들이었다 너와 걸은 모든 길이 천국 같은 길이었다 ' … 의도된 연출이라 추측하지만, '살아가는 여러분, 함께 행복합시다.' 를 목놓아 부르고 난 뒤에 여백 없이 바로 이런 전개.... 임에도 전혀 반감도 유감도 저항도 없이 덩달아 '아 정말 좋았지...' 같은 기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뭐라고 할까요...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이거였구나, 하고... 저는 죽음 이후에 '나'라는 자아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생리적인 두려움이 엄~청 큰데 (이 얘기 했더니 친구가 괴테랬음ㅠㅠ) 행복하고 온건하고 미련없는 죽음을 살아서 어렴풋 느껴보다니 정말 지금 회고해도 가슴 따듯한 순간이었어요.... 음악과 순간의 힘이란!!!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들어온 아티스트인데 어쩐지 단 한 번도!! 머리카락 한 올도!!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고, 사실 '열성팬'이랄 건 못 되고 '리스너 (by 문명특급)'였을 뿐이지만, 라이브 영상, 다큐멘터리, 리얼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등... 최근엔 유튜브까지... 접하기는 또 엄청 접해서 막상 무대 위에 선 모습을 보니 '아 뭔가 아는 사람이 서 있다...' 는 기분이 들어서 혼자서 좀 웃었어요... ㅋㅋㅋㅋㅋ 친구가 공연하는 느낌... 같은....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이ㅠㅠ 자꾸 울먹여서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아닐 수도 있지만 보통 3일 공연하면 3일 내내 멘트가 비슷비슷 할텐데, (성의 없단 뜻이 아니라 보통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을 벼려서 오니까 바리에이션이 그렇게 많을 수 없음) 매번 이렇게 울먹였을까 싶어서 더 뭔가.... 애틋... 했어요 이 부분 포함 밴드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서 생략.....
트랙리스트가 정말정말정말 진귀하고 진귀한 내가 자우림 콘서트를 다녀보지 않았어도 알만큼 공연하지 않았던 곡들을 첫 공연에 이렇게 들어버리다니ㅠㅠ 유명한 노래만 불러줬어두 현실감 없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리스트 들어버려서... 게다가 밖에 나오니 해가 아직도 중천에 떠 있어서(여태껏 콘서트 끝나고 이래본 적 처음이었음....) 친구랑 둘이서 멍하니 벙~ 앉으면 눕고 싶다고 들으면서 점점 기대가 자라가지구 이러다 '안녕 미미'를 불러줄지도 몰라라고 엄청 가슴 설레 했는데 이 노랜 다행히(?) 없었어요... ㅋㅋㅋㅋㅋ 언젠가 또 다른 기회에 들을 수 있기를... 아~~ 그치만 정말... 너무... ㅠㅠ 너무 진귀한 리스트였어 뻐꾸기처럼 이 말만 반복함.....ㅠㅠ
031822 (20:07)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 사랑 마지막으로 다 받고 싶어서 음복도 열심히 하고, 위에 보다시피 손주 사랑도 듬뿍 받았다. 새벽에 잠도 안 오고 재밌으시라고 영정 앞에서 화투라니 너무 우리집다웠다. 갑작스런 외박에도 말썽 하나 없이 잘 보내준 애기에게도 고맙다. 걱정이 많이 되어서 '할머니가 보살펴 주실거야' 라고 말해보았는데, 정말이었다.
십여 년 전 할아버지를 선산에 모신 날엔 폭염에 가까운 더위가 쏟아진 기억이 선명하다. 이번에 내려가는 길 고속도로는 내가 좋아하는 나라의 풍경처럼 아주 어둡고 파란 하늘에 비가 내렸고 몇 시간 동안 꼬박 지킨 산은 너무 추웠다. 마치 당신 남편에게 무슨 말씀이라도 하시는 양... 혹은 우리에게 '나도 잊지 마'라고 하시는 것 같아 가만히 서 있다 웃음도 났다.
031722 (02:33) 무슨 말을 해야할까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고 말할까 지금 넌 하늘을 보고 있으니 새하얀 뭉게구름 보니 마음도 하얗게 뭉게뭉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건데
너에게 진주가 되고싶어 네 주머니 속에 사는 인어가 핑크색 낙하산이 돼줄거야 네가 구름위를 걷고싶어질때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해낼 수 있어 너와 함께 있으면 꿈이 우산처럼 쓰여져 우산 속 반짝이는 꿈의 비
어떤 사람이 되야할까 힘 없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걸까 지금 네가 그런 일 하고 있으니 나도 기운을 내서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지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널보며 너에게 비누가 되고 싶어 어려웠던 하루를 씻는 거품 하늘색 우주복이 돼줄거야 언젠가 네가 별을 향해 날을 때
무지개 위 돌고래 색색깔 사탕과 풍선 솜사탕으로 된 나무 거리에 가장행렬들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그렇게 변해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난 견딜 수 있어 너와 함께 있으면 내 방 천장이 활짝 열려 끝없는 하늘 속 둘이서 날아가
031522 (04:25) 얼마 전에 엄마 집에 다녀왔다. 그 집에 가 있으면 엄마가 눈만 마주쳐도 방긋 웃는다. 굳이 왜 웃냐고 물으면 좋아서라고 예상한 답을 전해준다. 다음날 밤중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이모와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 했는데, 마스크 없이 바깥의 냄새를 맡은 게... 정확히는 밤 공기를 맡은 게 너무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땐 아직 봄도 아니었고 참 뭐라 말하기 어려운 계절의 산냄새 물냄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