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4 (03:41)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30분은 펜을 골라 샀다. 나 혼자였으면 사지도 않거나 가벼운 기분으로 덥석 집어 샀을 텐데. 친구는 합쳐서 오천원인가 했던 펜 두 개를 아주 꼼꼼히 골랐다. 왠지 그게 아주 좋았다... 이날은 아무 근심이 없었다.
요즘엔 정말 잘 못지내고 있습니다,, 좀 더 외부적 요인들이 마무리 되고 난 후에 일기...랄지를 남기려고 했지만 한차례 일단락이 났기에 너무 늦어지기 전에.. 인생 정말 끝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더군요 오바스러운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전 사람 목숨의 소중함을 잘 인정하지 않고 살아온 것 같아요 감수성이라도 예민하게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25년의 목표로 삼아도 좋겠어요
요지는... 근 몇 달 참 사람이 싫었어요 싫다고 적을 것까진 없는데 왠지 적을 때는 그렇게 적어야만 할 것같은 기분이네요 정확히 적자면 타인에 대한 애정 양동이가 거의 바닥을 보였어요 동이난 게 처음이었다기보다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 게 처음이었달까 채우고 싶지도 않고 바닥을 계속 들여다 보고 있었네요 그냥..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어쩐지 그래 보이더라'라는 생각만은 말길 바라지만 그렇다면 티를 내서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좌우지간 일단락 된 이유로 양동이도 회복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확실히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저는 저 자신의 좋은 점을 거의 하나도 대고 싶지 않은 타입인데도 좀 더 예전의 저는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인 해라고 생각하며 남은 한 해 같이 잘 보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늘 행복하세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살아요!! 아 참... 정말 늦었지만 생일 파티에 와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려요 그날도 아무 근심이 없었어요 장담컨데 근심으로는 저리가라인 사람인데 말예요 여러분에게도 일 년에 적어도 하루 쯤은 그런 날이 있겠지요 그 기분을 붙잡고 살아봐요 다른 걱정 많은 날들이 희석되게 ...
092524 (04:03) 아픈 언니가 치킨이 먹고 싶다기에 미리 주문해둔 가게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항상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그마한 할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계셨다. 우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만 우선 어디가 아프신가 싶어 깜짝 놀라서 말을 걸었다. 안 아파, 마음이 아파서 그래. 속상한 일 있으셨어요? 아니야 없었어 그냥... (울음에 막힌다) 그냥 사는 게 서러워서? (웃어도 부정은 못하고) 괜찮아 이거 먹어... 라며 자신 옆에 있던 샤인머스켓에서 뜯어낸 다섯 알 중 세 알을 껍질을 벗겨 주셨다. 샤인머스켓은 껍질이 얇도록 개종된 포도인데. 그냥 손에 익은 버릇대로... 몇 분간 할머니를 달래다 친구(아마) 두 분이 옆에 모이셨길래 이만 일어나 치킨을 가지고 언니 집을 다녀온 뒤 보니 할머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신 것 같았다. 서방이 오토바이로 데리러 올거라 하신 그대로. 집에 가기 싫어서 여기서 이렇게 울고 있었어. 라고 하셨지만... 내 (아주 기초적인) 선행에 대한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의 사적인 슬픔을 들여다 보려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노인이 되어도, 노인이 되어서 더 아기같이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과 동그란 눈물로 아직까지도 세상이 서럽구나. 그때야말로 영원히 영원히 뭔가가 서럽게 되는구나... 싶어서 또 가족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했다는 이야기이다...
